전통음식으로 지켜낸 정체성: 일제강점기 속 우리의 맛 이야기

전통음식은 단순한 식문화의 산물이 아닙니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같은 혹독한 시기에도 우리의 고유한 정체성과 문화를 지켜낸 강력한 수단이었습니다. 

1. 일제강점기와 전통음식: 민족 정체성의 방패
2. 꿋꿋이 지켜낸 김치 문화
3. 된장과 간장, 발효음식의 자부심
4. 국밥 한 그릇에 담긴 서민의 저항정신
5. 떡과 한과: 절기와 전통을 지킨 달콤한 기억
6. 주먹밥과 초가음식: 피난 속에서도 이어진 맛
7. 일제강점기를 이겨낸 전통음식이 주는 오늘날의 교훈

1. 일제강점기와 전통음식: 민족 정체성의 방패

일제강점기는 단순히 정치적 억압만이 아니라, 문화적 탄압도 극심했던 시기였습니다. 언어, 의복, 풍습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일본식 동화를 강요받았고, 음식 문화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전통음식은 민족 정체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남았습니다. 식탁 위에서라도 조선인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매우 치열했습니다. 비록 재료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선조들은 전통방식과 조리법을 포기하지 않고 계승했습니다. 이러한 음식 문화는 침략과 억압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정신력을 상징했습니다.

2. 꿋꿋이 지켜낸 김치 문화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음식 중 하나입니다. 일제강점기에는 김치 담그기에 필요한 소금, 고춧가루 등 주요 재료의 수급이 어려웠지만,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극복했습니다. 젓갈 대신 멸치액젓을 소량 사용하는 방법을 찾고, 고춧가루가 부족할 때는 다른 매운 채소로 대체해 김치의 매운맛을 살렸습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김치 대신 물김치, 동치미처럼 담백한 종류를 더 많이 만들어 먹기도 했습니다. 김치는 단순한 반찬을 넘어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을 보여주는 대표 음식이었습니다.

3. 된장과 간장, 발효음식의 자부심

된장과 간장은 한국 전통 발효문화의 정수입니다. 일제는 일본식 간장(쇼유)을 보급하려 했지만, 많은 가정에서는 전통 된장과 간장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대로 내려오던 장독대 문화는 집집마다 소중히 지켜졌고, 장을 담그는 일은 공동체의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심지어 재료가 부족한 경우에도 콩을 아껴가며 작은 양이라도 직접 장을 담갔습니다. 된장찌개 한 그릇, 간장 양념에 재운 장조림 한 접시는 우리 고유의 식문화를 끝까지 지켜낸 작은 승리였습니다.

4. 국밥 한 그릇에 담긴 서민의 저항정신

국밥은 서민들의 든든한 한 끼였고, 일제강점기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설렁탕, 순댓국, 콩나물국밥 같은 음식은 값싸면서도 영양이 풍부해 힘든 시기에 사람들의 체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국밥집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고, 이곳에서 민족운동과 항일운동에 대한 정보가 교류되기도 했습니다. 따끈한 국밥 한 그릇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억압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조선인의 정신을 북돋우는 힘이었습니다.

5. 떡과 한과: 절기와 전통을 지킨 달콤한 기억

명절이나 특별한 날 빠질 수 없는 떡과 한과도 일제강점기 동안 꿋꿋이 지켜졌습니다. 송편, 절편, 인절미 같은 떡은 가족과 공동체가 함께 모여 만드는 중요한 행사였고, 이는 단결과 연대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또한 약과, 강정 같은 한과류는 간식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특히 명절에는 가족들이 비밀리에 전통 의식을 거행하고, 전통 음식을 나누며 조선인의 정체성을 확인했습니다. 떡과 한과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공동체 정신을 이어가는 매개체였습니다.

6. 주먹밥과 초가음식: 피난 속에서도 이어진 맛

일제의 탄압이 심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떠났고, 그 과정에서도 전통음식은 포기되지 않았습니다. 주먹밥은 이동 중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애용되었고, 나물 반찬이나 말린 생선, 김 등을 이용해 최소한의 전통적 식사를 유지했습니다. 또한 초가음식이라 불리는 간단한 전통 요리들—가령 나물볶음, 된장찌개, 말린 고구마 무침 등—은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전통의 맛을 잊지 않게 해 주었습니다. 이런 음식들은 가난과 위기 속에서도 삶의 존엄성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7. 일제강점기를 이겨낸 전통음식이 주는 오늘날의 교훈

일제강점기 동안 전통음식을 지켜낸 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문화적 저항이었습니다. 음식 하나하나에 깃든 정성과 의미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줍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도 전통음식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단순한 과거 회귀가 아니라, 우리의 뿌리와 정체성을 잊지 않는 일입니다. 김치, 된장, 국밥, 떡, 주먹밥 같은 전통음식은 과거의 고통과 희망을 담고 있으며, 앞으로도 우리 문화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