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지오

전통음식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블로그입니다.

  • 2025. 4. 9.

    by. 빛나지오

    목차

      한국에서 '빵'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서양식 제과류를 떠올리게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도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한국형 빵'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떡과는 구별되는 한국의 전통 빵 음식들에 대해 살펴보고, 그 유래와 문화적 배경을 깊이 있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빵의 정의와 한국 전통 빵의 기준은?

      빵은 일반적으로 곡물가루에 물, 효모 등을 넣어 구운 음식을 말합니다. 전통적인 서양식 빵은 밀가루 기반에 오븐으로 굽는 방식이 일반적이지만, 한국 전통 사회에서는 화덕이나 솥뚜껑, 뜸 들이기 등 다른 방식으로 '빵과 유사한 음식'을 만들어왔습니다.

      또한 발효의 유무에 따라 '떡'과 '빵'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떡은 찌는 방식이 많고, 전통 빵은 굽거나 지지는 방식이 많습니다.

       

      2. 한국 전통 빵의 대표 종류

       1) 밀전병

      밀가루를 묽게 반죽하여 팬에 얇게 부쳐 만든 것으로, 요즘의 크레페와 비슷합니다. 주로 두부, 김치, 채소를 소로 넣어 말아 먹었으며, 강원도 지방에서 많이 먹던 음식입니다. 과거에는 주식 대용으로 먹었지만, 요즘은 향토음식 체험 등에서 다시 조명되고 있습니다.

       2) 고구마빵 (전통형)

      오늘날의 베이커리 고구마빵과는 달리, 전통식 고구마빵은 고구마를 쪄서 으깬 뒤, 밀가루와 섞어 반죽을 만들고 부침 또는 구이 방식으로 조리합니다. 충청도와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 겨울철 간식으로 많이 먹던 음식입니다.

       3) 꿀빵 / 약과 빵화

      경상남도 진주 지방에는 전통적인 '꿀빵'이 전해지고 있으며, 이는 밀가루 반죽 안에 팥소를 넣고 기름에 튀긴 뒤 꿀이나 조청에 담가 만든 것입니다. 이는 '약과'와도 관련이 있으며, 방화라는 전통 과자도 비슷한 형태입니다.

       4) 누룽지빵 / 보리빵

      밥을 지은 뒤 눌어붙은 누룽지를 오랜 시간 말려 먹거나, 보릿가루에 물을 섞어 얇게 구운 형태의 빵은 서민의 애환과 지혜가 담긴 음식입니다. 특히 보리빵은 식량이 부족했던 시기에 주식이나 간식으로 널리 이용되었습니다.

       5) 화전(花煎)

      엄밀히 말하면 떡에 가깝지만, 밀가루 또는 쌀가루 반죽을 넓게 펴서 꽃잎을 올리고 지지듯 구워 만든다는 점에서 '팬케이크형 전통 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춘화(春花) 절기 음식으로, 봄에 진달래를 넣은 화전은 절기음식 중 하나로 매우 유명합니다.

       

      3. 한국 전통 빵의 조리법과 식문화

      한국의 전통 빵은 대부분 발효 없이 즉석에서 반죽하고 지지는 경우가 많으며, 오븐보다는 프라이팬, 솥뚜껑, 무쇠판 등을 이용한 조리가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 밀전병은 숟가락으로 반죽을 얇게 펴서 달궈진 무쇠판 위에 올려 굽는 방식이며, 밀가루의 농도에 따라 식감이 달라집니다. 강원도 평창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이 산에서 직접 채취한 고사리와 취나물을 넣어 만든 전병을 '한식 잔치 음식'으로 내놓는 풍습도 남아 있습니다.

      또한 꿀빵은 전통시장에서 즉석에서 튀긴 후, 조청이나 꿀에 푹 담가 달콤한 맛을 더하는 방식으로 조리됩니다. 진주 중앙시장에서는 꿀빵 가게가 3대째 운영 중이며, 지역 명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처럼 한국 전통 빵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닙니다:

      • 음식이 귀한 시절, 소박한 재료로 만든 영양 간식 역할
      • 제철 식재료와의 결합 (예: 봄에는 진달래 화전, 가을에는 고구마빵)
      • 명절이나 절기 음식으로 가족과 함께 나누는 전통

      이러한 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과 계절감을 담은 음식으로, 오랜 세월 동안 전해져 왔습니다.

       

      4. 근현대 이후 한국 빵 문화의 변화

       일제강점기

      서양식 제과 기술이 처음 들어온 시기로, 일본을 통해 제빵 기술이 전래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단팥빵, 카스텔라 등이 소개되며, 이후 한국식 빵의 원형이 됩니다.

       1970~80년대

      국내 제과점이 본격 등장하며 소보로빵, 크림빵, 모닝빵 등의 대중적인 빵이 등장합니다. 이 시기에는 미국식 식문화와 학교급식의 영향도 큽니다.

       현대의 변화

      천연 발효종, 유럽식 수제 빵, 지역 재료를 활용한 건강빵 등이 늘어나면서 전통의 재해석이 활발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전통 소재(쑥, 흑임자, 단호박)'를 활용한 퓨전 빵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5. 전통 빵의 현대적 계승 사례

      전통 빵은 현대적으로 다양하게 계승되고 있으며, 그 방식도 점점 더 창의적이고 대중 친화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주 한옥마을에서는 전통 약과에서 영감을 받은 '약과 디저트 케이크'가 판매되고 있고, 꿀빵은 젤라또와 함께 제공되는 디저트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릉 중앙시장에서는 보리빵을 현대식으로 변형한 '보리 모닝빵 샌드위치'가 젊은 세대에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 빵은 보릿가루 특유의 고소함과 함께 유기농 야채, 계란 샐러드 등을 넣어 건강 간식으로 재탄생하였습니다.

      서울 종로의 한 한식 디저트 카페에서는 화전 스타일의 팬케이크에 크림치즈, 수제 딸기잼을 올려 브런치 메뉴로 제공하고 있으며, SNS를 통해 '전통 퓨전 디저트 맛집'으로 소문이 나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 전통시장과 푸드트럭에서 밀전병, 고구마빵, 보리빵 등을 현대적인 포장과 조리법으로 판매
      • 지역 빵 축제에서 전통 소재(쑥, 흑임자, 팥 등)를 활용한 빵 경연대회 개최
      • 초등학교 전통 체험 프로그램에서 전통 빵 만들기 수업 운영

      이처럼 전통 빵은 이제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의 감성과 트렌드에 맞게 재탄생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빵은 서양의 전유물이 아니라, 한국에도 오랜 전통을 가진 소박하고 정겨운 빵 문화가 존재합니다. 오늘날처럼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이 공존하는 시대에는, 우리의 전통 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더욱 풍성한 음식 문화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전통 빵의 매력을 새롭게 느껴보셨기를 바랍니다.

      전통 음식: 한국의 전통 빵